소리 이야기

제가 클래식, 특히 관현악이나 피아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음향' 때문입니다.

여러 개의 음이 만나서 부디끼며 만들어내는 관계. 단순히 음들의 모임이 아닌 하나의 '음 덩어리'. 그리고 그것들의 움직임. 저는 이런 것들을 좋아합니다. 바흐의 또렷한 대위법이 만들어내는 정교한 음의 탑, 말러의 쏟아지는 소리떼들을 좋아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현대음악가 중 하나인 리게티의 60년대 음악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어떠한 박자나 화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거대한 음향 덩어리(클러스터라고 부릅니다만)일 뿐입니다. 그것들이 뭉글뭉글 움직이면서 곡이 진행되는 것이죠. 그의 대표작인 'Atmosphere'(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삽입되었습니다)의 뜻인 '분위기, 공기'는 많은 것을 상징합니다.

요즘 음악보다 60,70년대 대중음악에 더 호감이 가는 것도, 그때 음악은 사운드에 더 신경을 썼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단순히 컴퓨터로 소리를 쑤셔박은 것이 아닌, 손이 더 많이 간 것이 그 때 음악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처음 Dark Side Of The Moon을 들으면, 감동을 받을지언정 놀라지는 않습니다. 컴퓨터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에는 녹음할 수 있는 수단이 온리 테이프 때문이었습니다. 끽해야 8트랙으로 녹음할 수 밖에 없는 시대였습니다.(즉 한번에 8 가지 소리밖에 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컴퓨터가 없으니 일일이 수동으로 녹음을 해야 했습니다. Time의 처음 시계 터지는 부분에서는 녹음실에 수십개의 시계를 놓은 다음에 시간차를 주어서 알람이 울리도록 했답니다. 지금 그러라면 아마 미칠겁니다.



그래서 그 때 사운드는 지금의 것에 비하면 꽤 공허합니다. 뭔가 비어있는 느낌이 들어서, 요즘 세대들은(제가 이런 말을 하니까 이상하긴 합니다만) 쉽사리 듣고 친해지지 못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때 음악은 군더더기가 없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들어도 쉽게 피곤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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