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의 추억 소리 이야기

사실, 적어도 저에게는 CD는 예나 지금이나 찬밥 신세였죠. CD는 사는데, 정작 CD로는 듣지 않으니 말입니다. 옛날에는 CD를 테이프에 떠가지고 워크맨에 줄구장창 듣고 다녔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워크맨 세대인 것은 아니고, 좀 어중간한 위치에 있습니다. 중학교 때 처음 MP3이라는 게 나왔다고 기억하거든요.) 생각해보면 워크맨, 그리고 테이프도 참 매력적인 매체입니다. 슈퍼에서 1000원짜리 싸구려 공테이프를 샀기 때문에(크롬 테이프 이런 건 일단 돈이 안돼서 엄두도 못냈습니다), 한 2~30번 듣다보면 테이프가 조금씩 늘어납니다.(워크맨도 싸구려라...) 그 미묘한 변화를 즐기는 맛도 나름 괜찮았고, 또 예를 들어 60분짜리 테이프다 그러면 주루룩 60분이 아니라 한면에 30분씩 두 세트인 거잖아요? 사실 옛날 음반 같은 건 다 LP 기준이라 50분 안팍이니 한 테이프에 한 앨범은 가볍게 들어가는데, 그러면 15분 정도가 남아버리니까 아깝죠. 그래서 그 빈 공간에다가 정말 좋아하는 다른 곡을 한두개씩 넣고. 그런데 한면에 남은 시간에 그 곡이 다 안들어가버릴 수도 있으니까 시간을 잘 계산해야 합니다.  클래식을 녹음 뜰 때에는 더욱 정교한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그땐 죄다 라디오에서 녹음해서 듣고 다녔거든요. 한 악장이 끝나면 재빨리 테이프를 꺼내서 뒤집어서 다시 녹음버튼을 눌러야 했는데, 남은시간계산 + 뒤집어야될지 말지 판단 + 뒤집기 의 프로세스가 익숙해져도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지금도 집에는 녹음에 실패한 테이프들이 상당히 많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A-B면 사이에 한 5~6초 정도 공백이 있죠. 근데 거기에 익숙해지고 나서 정작 원곡을 들으면 낯설게 느껴졌던...

워크맨이 다 고장나버린 지금은, MP3으로 음악을 듣습니다. 결국 CD는 진열장에 있다가 립 뜰 때 가끔씩 밖으로 나오는 거지요. 물론 주말에 컴포넌트로 들을 때도 '가끔' 있지만... 그러고 보면 CD는 좀 어정쩡한 재생 매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처음엔 LP랑 테이프에 밀리다가, 좀 괜찮아졌다 싶으니까 SACD,DVDA랑 MP3이 나오고. 이래저래 치이는군요.


그러고보니 원래 MP3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핀트가 많이 벗어났네요. 다음 글에서 계속 써야겠습니다.


핑백

  • Musica Ricercata : 갭리스 2007-09-02 13:30:29 #

    ... 지난 글에 이어서.그런데 MP3으로 음악을 들을 때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건 다 재껴두고서(저는 MP3의 음질에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어차피 192kbps 넘어가면 ... more

  • Musica Ricercata : MD - 아날로그맨 2007-10-03 18:11:28 #

    ... 엠디는 정말 불쌍한 매체입니다. CD보다도 더합니다. CD는 그나마 많은 이의 축복 속에서 태어나(카라얀 등등) 한세대를 풍미했지 않습니까. 엠디는 일본 안에서만 북치고 장구치고 다 했고, 다른 나라에서는 별 볼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Twitter

banners

foobar2000 audio pl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