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7일
쇤베르크, 베르크, 베베른 - 관현악곡집 - 카라얀

카라얀의 음반을 듣다보면, '어떻게 이런 곡에서 이런 소리를 뽑아낼 수 있을까' 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카라얀을 '지휘자계의 MSG'라고 비유하곤 합니다. 어떤 곡이든 일정 수준 이상의 연주를 들려주긴 하지만, 곡에 따라서는 텁텁하고 거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말러 9번 1악장이나 80년대 짜라투스투라가 후자라면(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이 제2빈악파 관혁악곡집은 전자에 속합니다.
카라얀은 집요하게 곡의 낭만주의적 부분을 파고듭니다. 최소한 이 음반에서 제2빈악파는 현대음악의 시초를 연 것이 아니라, 낭만주의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람들로 그려집니다. 모든 곡은 시종일관 몽환적인 분위기가 가득한데, 아바도나 불레즈 등의 또렷한 해석(그나마 극단적이지는 않은)과는 대비되는 연주입니다. 20세기 음악을 이 정도로 '들어줄 만'하게 조리해 낸 음반을 아직 저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 음반의 백미는 역시 '정화된 밤'입니다. 이 괴상하고 이질적인 곡(아시다시피 이 곡은 간통한 아내가 임신한 자식을 남편이 축복해주는 내용입니다)을 들으며 눈물을 자아낼 수 있게 하는 능력은 역시 카라얀이 아니면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커버(LP 및 오리지널스)보다 이 3장짜리 버전을 더 좋아하는데, 요즘은 절판되었는지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안타깝습니다.
# by | 2009/11/07 22:46 | 음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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