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8일
우리말교
지금은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을 통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우리말 쓰기 운동은, 사실 그 취지는 좋은 것이었습니다. 여기저기 넘쳐나는 서양-일본어 번역투를 없애자라는 것이 골자였는데, 유시민씨도 자기 책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책을 읽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란 글을 남겼죠. 이 번역투라는게 사실 양날의 검인 것이, 적당히 쓰면 문장구조가 살짝 엉키면서 글이 멋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또 그걸 남발하면 글 전체 구조가 무너져버려 읽기가 상당히 곤란해집니다. 마치 미원같은 존재랄까? (읽으면 아시겠지만 제 글도 번역투 투성이입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운동이 나중에 가면 몇몇 단어를 꼬투리잡아서 일본식단어니 좋은 우리말 놔두고 왜 한자어 쓰냐느니 하는 쪽으로 변해버립니다. 이번에 야채-채소 떡밥도 그렇고, 은근히 이런 움직임이 많습니다. 한때 '육교는 틀리고 구름다리가 맞다'는 얘기가 흘러서 식겁했었던 적도 있고요(그런데 요즘은 또 육교 없애는 추세라...).
예전에 이런 글을 썼었는데, 우리말 쓰기 운동은 사실 종교적인 면이 적지 않습니다. 글을 보면 대부분 '이건 틀리고 저게 옳다'라고 주장하죠. 말하는 데 옳고 그른 게 어딨습니까? 번역투 쓰지않기 운동이 공감을 얻었던 이유는 '번역투를 읽기 힘들기' 때문이지, '번역투가 틀리기' 때문이 절대 아닙니다(고종석 같은 분은 번역투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만). 하물며 야채-채소에서야.
저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우리말을 지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글의 가장 뛰어난 점은 그 유연성에 있습니다. 언어에 우월함이 어딨겠냐만 어쨌든 한글은 가장 많은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언어 중 하나입니다. 당장 영어로는 제 이름도 제대로 표기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외부의 다양한 단어를 최대한 원어에 가깝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엄청난 장점을 포기하는 겁니까? 종교적입니다. 자기는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결과를 보면 오히려 해를 주는 환경주의자들처럼.
PS) 잘 알지 않는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PS2) 댓글과 글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 by | 2009/07/08 21:03 | 많은 이야기 | 트랙백(3) | 덧글(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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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만 야채-채소 둘을 떠나 우리말 우리글이 없어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혹 말과 글은 변하니까 다양성이니까 그런 걸로 덮기에 너무 빨리 없어지고 있어서 안타깝죠
'말과 글이 빨리 없어진다'는 말씀은 포스트와 모순됩니다. 채소-나물이 옳으니 야채는 '쓰지 말자'는 내용 아닙니까? 자연스레 변하는 언어에 왜 인위적인 조작을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자꾸 다른 말을 쓰니 우리말이 없어지는 거고요
또 글에도 우리글에는 나물이 있다고 썼지요
제 글실력이 부족한 건가요.
한자나 일본어 영어에 영향을 받지 않은 완전히 고유한 글을 말하는 겁니다
다른 생각의 지적은 고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야채 채소 떡밥은 정말 여기저기서 보이는군요.
그런 증거가 없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래서 '...중 하나다'라고 쓴 면도 있습니다. 다만, 저 얘기는 '외래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글로는 외국어를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엄밀하겐 다르다곤 해도 어쨌든 비슷한 음가들은 다 존재합니다) 그 반대가 성립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외국인이 주스를 Juice로 이해하는 것과 우리가 Nokzeup을 녹즙으로 알아듣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어려울 것인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외국어 손을 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물론 이거에 대해서 증거를 제시해봐라 그러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지엽적인 부분이라 그냥 썼는데, PS에 저렇게 말해놓으니 부끄럽네요.
언어에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것은 맞습니다. 저는 오히려 님의 주장이 더 파격적이군요. 국립국어원 같은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 '현재'의 언어 사용형태를 조사해서
- 그 사용형태를 정형화하고(즉 Formal한 언어 - 적당한 역어가 생각이 안 나서 이렇게 씁니다)
- 그 규정에 맞게 실제 쓰이는 언어를 재구성
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이런 기관은 그 특성상 보수적이고, 학술적이며, 폐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문규정과 국립국어원은 법조문과 사법부 정도의 관계로 보면 될까요.
이러한 기관은 실제 언어 사용에 무관합니다. 물론 영향을 안 주지는 않는데, 어문규정 특성상 결국 실제 언어와 필연적으로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장면-짜장면은 발음상이나 실제 사용 예시로나 짜장면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이는 다른 단어들의 규칙성과 완전히 동떨어진 거란 말이죠. 그러니 어문규정 안에 편입시킬 수도 없고, 예외규정을 만들기에도 그 중요성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맞춤법에 어긋난다고, 자장면을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 쪽도 그러는 편이 편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굳이 안 해도 님의 주장에는 어폐가 있는 것이, 나열하신 사례와 '말하는 게 옳고 그름이 없다'는 주장이 무슨 상관입니까? 아나운서나 기자나 수능 같은 경우는 '특정 상황에서의 언어사용'이지, '말하기'라고 일반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닙니다만. '신경 쓰고 써야만 하는' 경우를 나열해놓고 '말하는 게 옳고 그름이 있다'라고 주장하다니, 저로썬 이해하기 힘듭니다.
애들한테 국어교육은 왜 시키고 학교에서 맞춤법은 왜 가르칩니까? 다 집에서 그냥 대충 읽고 쓰고 말하는 법 익혔으면 됐지, 또 뭘 가르치려고요? 그냥 대충 말하게 냅두지요 왜.
아, 혹시 학교에서 맞춤법을 가르치는 건 수능에 나오기 때문인가요?
많은 한국 분들이 외국 나가서 '왜 얘네한테는 간단한 영어도 안통하냐' 라고 답답해하시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분들 액센트를 안 넣으신 게지요. 그러니 못알아듣죠. 당연히=_=.
반대로, 제가 본 어떤 가이드 분은 나이도 엄청 드셔서 l/r발음 구분도 제대로 못하고 완전 콩글리시 발음인데다가 정말 그냥 듣기로는 '영어를 한글로 옮겨서 읽는 것 처럼' 영어를 구사하시는데도, 미국인들이 다 알아듣습니다. 왜냐면 그 분은 말에 액센트를 실어서 하거든요.
그러니까 말하는데 바르고 그른 게 없다면, 그냥 집에서만 애들 쓰고 읽고 말하는 거만 대충 가르쳐서 내보내자니까요. 더 배우고 싶은 애 있으면 책 읽으라 그러고. 맞춤법 규정을 왜 학교에서 가르쳐요=_= 실제 언어 생활에는 전혀 쓸모도 없고 신경만 써야 되는 부분이라면서요.
'국어 파괴'가 되는 게 단순히 맞춤법에 어긋나는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맞춤법 규정은 십 년 사이에도 몇번이 바뀌었는데요. 맞춤법에 어긋나는 게 국어 파괴가 아니라, '한국어"답지" 않은 말'이 들어와서 본래 의미도 아니고 한국어에 맞는 의미도 아닌 이상한 의미로 변질되고, 문법구조가 이상해지고, 그런 게 한국어에 계속 들어오고 하면 그게 언어 파괴가 되는 겁니다. 100년간 새로운 단어도 많이 생겼고 어문규정도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걸 일관성 있게 '한국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이게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일정한 구조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500년 전의 영어는 지금 영국 사람한테 읽어보라고 하면 교육받지 않았으면 못 읽지만, 그래도 그걸 영어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이게 끊어질 수 있다, 그런 말입니다. 겨우 '맞춤법 규정'에 틀린 말이 있다고 그걸 한국어 파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외래어 표기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님 포스팅의 근거가 '한국어는 유연하다' -> '이 유연함을 왜 포기하느냐' 인데, 저는 그게 '근거 없는 말'임을 지적하고 있는 거거든요.
새로운 단어가 들어오는 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다고 어문 구조가 바뀌거나 문장구조가 뒤집어지거나 하지 않으니까 상관없습니다. 근데 번역투나 요새 들어오는 구조 변화들은 그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이 '언중의 선택'을 명확히 판단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건 결국 자신 주변의 소수 집단에 불과하니 말이죠. 따라서 일정한 기준을 세우고 그것에 맞출 필요가 생긴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국립국어원을 세우고 표준국어대사전을 편찬하고 하는거죠.
이 기관이 실제 언어 사용에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제 언어 사용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기관 자체가 의미가 없는 거죠. 그러라고 세운 기관이니까요.
또 문장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때는 그 문장이 얼마나 주어와 술어가 잘 호응되며 각 품사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가, 간단히 이야기하면 얼마나 '말이 되고 알아듣기 쉽냐'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겠죠. 단어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한다면 해당 단어가 얼마나 해당 사물(또는 관념)을 얼마나 잘 설명해줄 수 있느냐 같은 기준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전 개인적으로 (순)우리말교 보다는 한자어와 외래어를 쓰면서 우월감을 느끼는-_- 어려운말교가 더 득세하고, 문제되고 있다고 봅니다. 쉬운 순우리말이 분명 존재하고 많이 쓰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한자어와 외래어를 섞어서 꼬아버리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봐서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말교를 언급하시는 건 조금 시기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ps. 원글에도 덧글로 달았었지만, 한자어는 모태가 한자일지언정 엄연한 우리말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한자어가 각 한자의 뜻을 그대로 이어받지 않고, 나름의 변형과정을 거친 단어도 상당수 되기 때문에, 한자어는 단지 '한자를 어원으로 가진 한국어' 로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소위 '어려운말교'는 '어려운말교' 대로 다뤄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언중들이 우리말 대신 한자어나 외래어를 더 선호한다고 해서
순우리말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걸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어려운말교도 궁극적으로는 좋지 못한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우리말교가 대안이 될 수는 없겠죠. 결국은 두 극단 사이에서 적당히 균형 맞춰가며 나아가리라 봅니다.
말하는데 옳고 그름이 어디 있냐고 항변하기 전에 말은 왜 하는지 한번 생각은 해 보았나요?
말하는데 옳고 그름이 없다면 정신병자들이 혼잣말로 지껄이는 말도 퍽 이나 잘 알아들을 수 있겠구랴...' 그리고..'한글의 유연성'이 아니라 '언어의 유연성'이라고 해야 맞는 말 아니요?
제나라 말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마치 엄청나게 유연하고 열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을 보면 헛웃음 밖엔 안 나오더이다...
댓글을 쓰고 버튼을 누르기 전엔 한 번 소리내서 읽어보고 올리는 습관을 가지는게 좋겠소. 내가 쓰지도 않은 것이니와 읽다보니 얼굴이 화끈거리더이다.
[한글의 가장 뛰어난 점은 그 유연성에 있습니다. 언어에 우월함이 어딨겠냐만 어쨌든 한글은 가장 많은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언어 중 하나입니다. 당장 영어로는 제 이름도 제대로 표기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외부의 다양한 단어를 최대한 원어에 가깝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엄청난 장점을 포기하는 겁니까?]
라는 마지막 문단을 보면, Clockoon님은 한글과 한국어를 구별하지 못하신다는 생각이 드는걸요.
어떤 근거로 'Clockoon님은 한글과 한국어를 구별하지 못하신다'고 판단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궁금해서 그럽니다;;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신병자]에 대한 부분은 죄송합니다. 제가 리플을 주의깊게 읽지 못했군요. 기분 많이 나쁘시지 않기를 바래요.
지적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