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의 가면 많은 이야기

원래 명동성당 시설보호 얘기 관련해서 쓰던 글이 있었는데, 쓰다보니까 너무 번잡해져서 싹 날려버리고 다시 씁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주제의 글에 경어 쓰는 것도 꽤나 오랫만이군요. 사실 다시 쓰게 된 계기는 이 글이 결정적.

저는 자칭 '진보'세력을 싫어합니다. 그러니까, 나는 진보다! 라고 외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은 언제나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감정에 호소하곤 합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습니다만, 실제로 90년대 초반까지 진보세력이 내세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도덕'과 '윤리'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실제로 당시에는 이런 프로파간다가 잘 먹혀들어갔습니다. 실제로 대척세력이 '비도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이른 지금에도 저들은 똑같은 사고방식을 고수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죠. 그건 진보세력의 전략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기득권 세력은 '비도덕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불합리'했던 겁니다. 실제로 그들이 약간이나마 합리적인 외관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꾸미자, 진보세력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결정적으로 노무현 정권 때 진보세력의 자칭 '도덕성'은 완전히 붕괴해 버렸죠. 저도 노무현을 좋아합니다만, 그건 그의 정책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권이 도덕적이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기껏해야 '그래도 예전보단 도덕적이었다'라는 변명들이나 해댈 뿐이죠. 그리고 그러한 변명이 오히려 자신들을 비웃음거리고 만든다는 사실을, 저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위 링크의 글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장황하게 써놓았지만, 결론은 '우리는 비도덕적이지 않다'라는 겁니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그게 본질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도덕적인 의도 = 정당한 행동입니까? 역겨운 논리입니다. 도덕이란 가치는 대부분 사실관계를 흐리고 팩트를 왜곡합니다. 이 글은 전철연을 '가족같은' '연대감'등의 단어로 이익단체의 얼굴 위에 약자의 탈을 뒤집어씌웁니다. 이런 행위가 바로, 저들이 그렇게 씹어대던 '물타기'입니다.

논리에는 논리로 맞붙으면 됩니다. 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 아직도 저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자신들은 논리다운 논리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매일 국개론이나 주절거리며 탄식만 내뱉고, 어줍잖은 감정에 호소하려만 하고 있습니다. 왜 아직도 도덕으로 자신들의 논리를 포장하고 있습니까? 사람들을 바보로 아는 겁니까?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면 동조하고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진보세력들이든 기득권이든 약자든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 그러는 건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발 이제는 무슨 종교단체 간증 같은 글로 논리를 정당화시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진보나 기득권이나 다를 바가 없는데, 유독 진보세력은 그걸 당당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덧글

  • ... 2009/02/16 10:19 # 삭제 답글

    무슨 말인지?
  • Clockoon 2009/02/16 13:57 #

    무슨 말입니다.
  • -_- 2009/02/16 11:31 # 삭제 답글

    전철협도 아니고 전철연한테 가족같은 운운하다니...차라리 용역을 형제라고 부르는게 나을 듯..
  • Clockoon 2009/02/16 13:58 #

    뭐 가족같을 순 있겠지만, 그걸 왜 논리의 근거로 삼는지 모르겠습니다.
  • 2009/02/16 13: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Clockoon 2009/02/16 14:18 #

    닉네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비록 해석적 견해는 약간 다르긴 하지만, 예전부터 좋은 글 잘 읽고 있었습니다.

    폐쇄하신 후 더이상 글을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렇게 또 소통의 장을 만들어 주셨군요.
    종종 들러 고견 듣도록 하겠습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캣츠아이 2009/02/16 13:43 # 답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Clockoon 2009/02/16 16:49 #

    감사합니다^^
  • ㅇㅇ 2009/02/16 15:01 # 삭제 답글

    남이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
  • Clockoon 2009/02/16 16:49 #

    그게 당연한 거죠. 인간이니까.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지.
  • 베른카스텔 2009/02/16 16:16 # 답글

    저는 저런 가족 둔 적 없습니다 :D
  • Clockoon 2009/02/16 16:51 #

    뭐 저분한테야 가족이겠지만... '우리 아빠는 착한 분이라능!' 하고 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논리라서 말이죠;
  • ㅂㅈ 2009/02/16 16:35 # 삭제 답글

    한국식 자칭 진보들 아갈질은 뭐 이젠 포기했습니다 ㅋ

  • Clockoon 2009/02/16 16:51 #

    아갈질은 마찬가진데, 기득권들은 솔직하기라도 하죠.
  • iamX 2009/02/16 17:50 # 답글

    점점 그 사람들이 "생존권"이 아니라 "영리"를 위해 화염병을 든 사실이 밝혀지자,
    우리 식구니까 그 어떤 것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감싸줘야 한다…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만…

    잘 봤습니다. Clockoon님의 이 글에서 고수의 기운이 느껴져서 그저 굽신굽신.
    그리고 첨 뵙습니다. 꾸벅. (강자에겐 한없이 엎드리는…)
  • Clockoon 2009/02/16 18:23 #

    생존권도 넓게 보면 영리죠. 물론 절박함의 차이는 다르겠지만(정말 힘든 분들한테는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일테니) 본질적으로는 밥그릇 싸움이니까요. 뭐 저는 예전에 세입자 중 한명이 인테리어 비용으로 3억을 부었다는 기사 보고 벌써 저쪽엔 신경을 꺼버려서 말입니다...

    엉성한 글 칭찬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20대 관련해 쓰신 글은 정말 공감가는군요^^
  • 2009/02/16 18: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Clockoon 2009/02/16 20:44 #

    감사합니다. 저도 맞링크 신고합니다^^
  • 민노씨 2009/02/16 20:51 # 삭제 답글

    자그니님 글에 대한 매우 적절한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금한 것은

    1. 도덕적인 우위는 어떤 사회적인 행동에 대한 판단, 혹은 사회적인 행동에 대한 동기 제공에 있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평가하시는지요? 아니면 과거에 비해선 그런 도덕적 우위가 실효성 있는 판단기준, 혹은 동기가 되지 않는다는 진단이신지요?

    2. 김용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래서 용산 참사가 현실적으로 '알박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위 댓글로 표현하신바 '밥그릇 싸움'의 일종에 불과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밥그릇 싸움'의 룰은 과연 합리적으로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좀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위 댓글에서 "신경을 꺼버"리셨단 답글을 읽고...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Clockoon 2009/02/16 22:32 #

    민노씨님까지 블로그를 들러주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현 시점에서 룰이 잘못된 것은 사실이고, 그 룰이 어느 한쪽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지요. 문제는 선후관계입니다. 룰이 불합리하므로 -> 한쪽이 불리한 것이지, 어느 한쪽이 불리하므로 -> 이 룰은 잘못된 것이 아니거든요. 후자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그럼 어느 쪽이 불리한 것이냐?'란, 상당히 소모적인 이전투구만 반복될 뿐입니다.

    제가 도덕적인 가치를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어떤 사회적 충돌에 있어서 도덕을 고려하게 되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A가 B보다 비도덕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원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원래 이 글은 명동성당 사건때문에 쓰기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시위대와 카톨릭이라는, '도덕'을 무기로 살아가는 두 세력이 서로를 비도덕적이라고 까내리는 게 너무나 모순적으로 느껴졌거든요.

    뭔가 장황하게 쓴 것 같은데... 1번과 2번으로 나누어서 정리하면,

    1.
    둘 다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집단에 있어서는, '도덕적 우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설사 다른 무언가를 '도덕'으로 의제한다고 할지라도 선술한 것처럼 합리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입니다.

    2.
    룰이 어느 쪽에 더 불리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토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 재개발 관련 법률의 가장 큰 쟁점 중의 하나는 권리금 문제입니다. 권리금은 일종의 관행(관습법이나 사실인 관습으로 분류한 판례는 아직 없다고 알고 있고, 그럴 근거도 없다고 봅니다)에 불과하므로, 법적인 보호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모순은 분명 존재합니다만, 이것을 두고 세입자에게 불리하다!라고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어찌됐든 권리금은 세입자들간의 관행이니까요.

    답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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