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로부터 음악 이야기

 
ⓒ AP/David Guttenfelder


몇일 전 뉴욕필이 평앙을 방문해서 역사 최초로 공연을 했다 - 라는 뉴스는 다 알고 계실 것이다. 처음 뉴욕필 공연 소식을 들었을 땐, 북한이 이런 공연을 허락했다는 사실이 약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평양에 대통령이 찾아가서 회담을 하고 쌀을 보내고 소를 보내고 하는 일 보다도, 이번 공연이 북한에 주는 영향력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힘은 생각보다도 엄청난 것이다. 소련을 붕괴시킨 원인 중 하나가 비틀즈 음악이라는 말도 있고, 동독의 서독 방송 개방은 독일 통일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공연에서 뉴욕필의 선곡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확연히 보인다. 거시윈(G.Gerswin ~?)의 '파리의 미국인', 번스타인(L. Bernstein)의 '캔디드 서곡', 거기에 드보르작(A. Dvorak)의 '신세계 교향곡'까지. 신세계 교향곡의 경우는 미국의 선율을 듣고 온 작곡가가 영감을 얻어서 작곡한 곡이니, 말하자면 이번 공연에서는 가장 미국적인 작곡가의 가장 미국적인 곡을 선곡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미국이 (혹은 최소한 뉴욕필이) 이 공연에 얼마나 큰 의미를 두고자 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그런데 '미국적'이라는 것이 당췌 무엇일까?

미국은 클래식이나 미술 같은, 소위 '고급예술'에 대한 열등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물론 예술에 급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과도 어느 정도 연관을 지을 수 있을 텐데, 유럽과는 달리 몇 백년 안 된, 게다가 세계의 수많은 인종들이 한데 섞인 나라다 보니 고유의 문화가 형성되기가 힘들다. 그래서 특히 20세기 들어서 미국은 이러한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한다. 유럽과는 다른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내고자 한 것이다. 미술의 경우는 앤디 워홀로 대표되는 팝 아트가 대표적인 예이다.

앤디 워홀, 1971. ⓒ AP Photo/Richard Drew



하지만 음악은? 20세기 음악은 대중들의 귀를 떠나고 있었다. 낭만주의는 이미 저 멀리 저물고 있었고, 처음으로 움틀거리던 무조음악은 한마디로 '소음'과 다를 것이 없었다. 비단 미국이 아니라도 독창적인 사조를 만들기가 힘든 상황이었다(물론 아이브스 같은 예외도 있지만, 대세는 그랬다). 그래서 미국 작곡가들이 취한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자국의 선율을 차용하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작곡가가, 바로 뉴욕필이 연주했던 거시윈과 번스타인이다. 다만 그들도 대부분 흑인의 음악라고 할 수 있는 재즈에서 그 소재를 가져왔으므로, 독창적이라고 말하긴 좀 애매하긴 하다.

클래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또하나의 요소인 '해석'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미국에서 지휘한 대부분의 유명 지휘자들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스카웃, 거칠게 말하면 '돈을 주고 사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연한 뉴욕 필의 경우를 봐도, 60년대 번스타인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악단을 이끈 지휘자들은 거의 유럽 태생이었다.

결국,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 미국적이라는 것은, 자본을 바탕으로 유럽과 유색인종의 문화를 적당히 혼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다가 다른 문화 분야와는 달리 '자본'이라는 요소를 최대한 감추고 '고급'으로 포장하려는 것을 보면, 다분히 키치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드보르작 - 신세계 교향곡

드보르작은 원래 체코 작곡가다. 그는 소위 '민족주의' 작곡가로서, 자신의 모국 정서인 보헤미안 선율을 많이 사용해서 곡을 지었다. 그런 그가 지은 이 곡이, 미국을 대표하는 곡 중에 하나로 되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1893년 그는 뉴욕으로 여행을 갔었는데, 거기서 흑인 찬송가와 인디언 민요의 선율에 심취하게 되었고, 그로 인한 음악적인 영감을 통해 이 곡을 작곡했다. 원제를 번역하면 '교향곡 제 9번, 신세계로부터'가 된다.

거시윈 - 파리의 미국인

거시윈은 원래 '랩소디 인 블루'로 유명하지만, 이 곡도 자주 연주되는 곡 중 하나이다. 그는 재즈적인 작곡 양식을 클래식과 접목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파리의 미국인'은 그가 1924년 작곡을 배우러 파리에 갔었던 때의 인상을 음악으로 기록한 일종의 교향시이다. 이 곡을 바탕으로 1951년에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랩소디 인 블루' 보다 가벼운 느낌이어서 더 좋아하는 편이다.

번스타인 - 캔디드 서곡

캔디드는 1956년 번스타인이 작곡한 오페레타(오페라보다는 규모가 작은 극)이다. 원래 볼테르가 쓴 원작은 사회비판적인 내용이었지만, 번스타인은 이를 각색하면서 그런 요소를 말끔히 걷어내고 풍자와 유머적인 요소를 첨가했다. 주인공인 캔디드가 낙원을 찾아 방황한다는 내용의 이 극은 번스타인의 많은 극작품 중에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함께 가장 성공한 곡으로 꼽힌다.


- yondo.net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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